뷰티 아이콘이자 배우로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 설리가 패션 매거진 <그라치아> 8월호의 커버를 장식했다. 또한 뷰티 화보 속에서는 에스티 로더의 ‘러브 립스틱’ 다섯 가지 컬러를 바르고 각각 다른 표정과 무드를 소화했다. 영화 <리얼> 개봉 이후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발랄한 매력으로 촬영장 분위기를 주도하며 특유의 ‘과즙미’와 ‘고혹미’를 뽐냈다. 

설리만의 예쁜 립 연출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는 “립스틱 컬러가 입술에 착색되라고 외출 몇 시간 전부터 미리 발라놔요. ‘나의 오늘의 색은 이거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입술 컬러부터 정하고 꾸미기를 시작하는 거죠. 얼굴이 먼저 업(?)돼야 옷도 입고 싶어지더라고요.” 라는 재밌는 답변을 했다. 이날 설리가 바른 에스티 로더의 ‘러브 립스틱’ 중 ‘로즈 엑세스’ 라는 이름의 버건디 컬러가 커버 컷으로 선정됐다. 여름을 정리하면서 가을을 기다리는 8월호와 더없이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또한 설리는 가지색에 가까운 짙은 가을 컬러 립스틱도 찰떡 같이 소화해냈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다크한 립이 잘 어울렸더라?'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어느덧 진한 색이 어울리는 얼굴이 됐나 봐요.” 라며 촬영 소감을 전했다. 

“연기자가 평생 직업일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에요. ‘이 곳’이 저랑 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곳과 안 어울린다고 믿던 때도 있었거든요. 저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난 아니야, 오히려 저런 사람들이 연예인 해야지’ 라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요즘엔 ‘어 아니네? 내 자리도 있네’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자신감도 좀 붙었고, 일에 대한 성취감과 책임감도 생겼어요.” 


인터뷰 좋아해요?
네, 이렇게 얘기하는 거 좋아해요.


만약 본인이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입장이라면 어때요?
제가요? 누굴 인터뷰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요. 신기하네요, 다른 입장에서 보니까.


만약 그럴 일이 생긴다면 뭘 인터뷰하고 싶어요? 사물이든, 인물이든.
여기 놓인 꽃병이오. “넌 여기서 오늘 하루 종일 어땠니?” 하하하. 아, 예쁜 여자! 제가 예쁜 여자를 되게 좋아해요. 


영화 <리얼>의 ‘송유화’ 캐릭터를 좋아했잖아요. 
유화라는 여자한테 흠뻑 빠져서 이별이 무척 아쉬웠어요. ‘우린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거니?’란 마음에 추가 촬영까지 하고 싶었는데 안 잡히더라고요. 


와, 그 정도였어요?
촬영장은 제가 온전히 유화가 됐을 때 더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이젠 유화가 주인공인 자리는 없는 거죠. 친구를 떠나보낸 느낌이랄까? 


오늘 화보 촬영을 위해 준비한 게 있을까요?
얼굴과 입술 컨디션? 하하하. 제가 평소 입술을 잡아 뜯는 게 버릇인데요, 립스틱을 바르고 있으면 긴장이 돼서 안 뜯게 되더라고요. 특히 에스티 로더 립스틱을 발라두면 각질이 잠재워지면서 입술이 편안해져요. 그래서 며칠 동안 일부러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어요.


그거 특이한 방법인데요?
립밤도 별로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립스틱은 제게 굉장히 기분 좋은 물건이에요. 긴장감을 불러오는 도구이기도 하고요. 


매일을 화장품 모델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정말 기쁜 일이죠. 적어도 이곳에 함께하는 사람들만큼은 제 모습을 좋아하고, 제 얼굴에 집중해 주잖아요? 
그리고 제가 무슨 화장품을 쓰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요. 그런 게 행복해요.


참, 퍼스널 컬러가 무슨 톤이죠?
저도 궁금했었어요. 한 커뮤니티에서는 설리가 웜이냐 쿨이냐를 두고 논쟁까지 벌였더라고요. 블루 계열이 잘 어울리면 쿨 톤일 확률이 높다는데, 제 생각엔 파란 옷을 입었을 때 더 얼굴이 사는 것 같아요. 


인터넷에선 설리가 ‘봄 웜’의 대표 주자라던데요?
그래서 메이크업해 주는 신애 원장님에게 물어봤어요. 원장님도 저와 일하기 전엔 웜 톤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저를 화장시켜 보니 쿨 톤에 가까운 것 같대요. 그런데 뭐 그런 사실이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설리 is 뭔들이니까’, 하하. 파우치에 늘 갖고 다니는 제품 좀 공개해 주세요.
립스틱이랑 뷰러, 최근에 발견한 에스티 로더 ‘리틀 블랙 프라이머’ 마스카라요. 마스카라는 답답해서 전혀 안 했는데, 이건 얇게 발리고 깔끔하게 컬링이 되더라고요. 눈 밑에 검은 가루도 안 떨어지고요. 


요즘 가장 주력하는 스킨케어 루틴은 뭐예요?
건성이라 오일을 열심히 발라요. 사실 ‘나 오늘 뭔가 공주님 놀이 하고 싶어’란 기분이 들 때는 토너, 아이크림, 수분 크림까지 주르륵 모아놓고 하는 날이 있어요. 저의 뷰티 데이랄까? 그런 날을 제외한 평소엔 에스티 로더 ‘갈색병 오일’ 하나만 바르고 피부를 쉬게 하죠. 


예쁘다는 소리는 매일 들어도 기분 좋은가요? 
진짜 들을수록 좋아요. 그런데 늘 궁금하긴 해요. 
‘난 내 얼굴이 마음에 들고 좋은데, 다른 사람들은 왜 나를 예쁘다고 하지?’ 내가 생각하는 거랑 같은지,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지 물어봐요. ‘특이한 것 같다’란 소리도 자주 듣는데, 그럴 때마다 반문해요. “이 세상에 특이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제가 왜요?” 이렇게.


경계하는 거예요?
아니요. 호기심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나는 잘 알겠는데, 남이 생각하는 나에 대해 늘 궁금해서 계속 물어보는 거죠. 


그런 직설적인 화법 탓에 오해받는 경우도 있죠?
네. 친한 사람들이 늘 한마디씩 해요. 제가 오해할 만하게 얘기한다며, 항상 ‘진리(본명) 말은 끝까지 들어보자’고 하죠. 그런데 오해하는 것도 다 그들의 자유 아닌가요? 오해받는다 해도 언젠가는 다 풀릴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잘못됐대요. 무심하단 얘기를 좀 많이 듣죠. 
억울할 때도 있지만 일일이 변명하는 성격이 못 돼요.


최근에 가장 꽂힌 건 뭐예요?
책이오. 만화방도 종종 가고, 어제는 파주에 있는 도서관엘 갔어요. 『그대를 사랑하기에』라는 책 제목이 와 닿아서 바로 읽었죠. 지금 가방 속에 있는 책은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 


 





























보들레르의 낡은 시집이라니, 옛날 소녀 같아요. 
요즘 유행하는 패션 브랜드 중에는 뭘 좋아해요?
요즘은 브랜드보다 미니멀한 슬리브리스 톱, 혹은 슬리브리스 원피스 하나 툭 걸치는 스타일을 즐겨요. 


20대 중반이면 취향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는 시기일 텐데요. 나만의 것을 찾았나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취향도 계속 찾는 중이에요. 좋아하는 것도 늘 바뀌고요. 뭔가 딱 규정하기보다는 새로운 걸 좋아하는 편이죠.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진들도 그때그때 모아두고요. 


개인적으로 설리의 목소리를 좋아해요. 살짝 잠겨 있는 ‘습한’ 목소리랄까? 본인도 목소리가 맘에 들어요?
와, 정말요? 제 목소리를 좋아하게 된 지 얼마 안 됐어요. 목소리가 아기 같고, 둔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원하는 톤은 어른스러운 아나운서 목소리예요. 그런데 이번에 <리얼> 영화가 나온 후 ‘설리 목소리 좋다’는 댓글을 보곤 되게 신기했죠. 예전에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 목소리가 참 영화배우 같다고 느꼈거든요. 


저도 <리얼>에서 설리의 톤이 배우 목소리처럼 들렸어요.
그래요? 너무 신나는데 뭔지 모르겠다. 뭐죠? 아이, 몰라요. 생각 안 할래. 생각하면 앞으로 더 못할 것 같아요. 흐흐흐흐흐. 


웃음소리도 정말 다양해요. 이 웃음소리들이 지면에 생생하게 전달돼야 할 텐데요.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성격이 밝고 유쾌하네요?
새로운 친구 사귀는 걸 되게 좋아해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죠. 제가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낯을 심하게 가리는 이가 있는데 제 성격대로 너무 크게 다가간 거예요. 조심스럽게 했어야 되는데 “친해지고 싶습니다!”라고 한 거죠. 아… 그분과 언젠간 친해지길 바라고 있어요. 아직 놓지 않았어요(웃음). 


궁금해요. 만약 친해지면 SNS에 올려주세요. 
아, 그럴게요. 누가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흐하하. 


친구들이 다양하게 많은가 봐요. 최근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는 스물다섯의 발랄한 친구들을 보면서 자신의 25세를 ‘안쓰럽다’고 표현해서 마음이 짠했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 외에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해 외로웠다고요. 설리는 스물넷을 잘 보내고 있나요?
네, 저는 잘 보내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안 하면 후회하겠다라는 생각이 빨리 오는 편이거든요. 지금 낯가리고 살면 후회하겠다, 지금 친구 안 만들고 살면 후회하겠다 등등. 저 원래 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갔어요. 안 가면 후회하겠다 싶어 대학에도 꼭 갈 거예요. 


‘본인이 다가가면 다 친해질 수 있어’라는 생각도 해요?
나를 알면 날 싫어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해요(웃음). 연예인이니까 아무래도 선입견이 있겠죠. 하지만 그건 절 모르는 상태에서 가진 생각일 뿐, 제가 먼저 말 걸면 ‘어, 얘는 이런 애구나’ 싶을 거예요. 그런 쪽으론 되게 용감해요. ‘친구할래? 친하게 지낼래?’라고 말을 건네죠.
 



후회할 일 없게 대학에도 꼭 가길 바랄게요.
공부를 잘해야 들어갈 수 있어서 걱정이고요. 학교생활 안 한 지도 꽤 됐고, 이미지 관리도 거의 안 하는 편이라 놀림받지 않을까요(웃음)?


더 쉽게 친해질 수도 있죠.
경험해 보고 싶어요. ‘진짜’ 사회에 나오기 전에 누리는 작은 사회잖아요. 그 대학이란 사회에서 나는 어떤 그룹에 속할 것인가? 소수일까, 다수일까…?


철학적이네요.
처음부터 ‘연예계’라는 너무 큰 그룹에 속하게 돼서 초반에 좀 힘들었어요. 그보다 작은 그룹 안에서 미리 사회를 경험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고요. 워싱턴에서 공부하는 제 친구가 어느 날 대학을 그만두고 싶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만두지 못하게 막았죠. 거기서 힘들어하는 것조차도 배움이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참으라고요. 


의외로 어른스러운 면도 있네요. 이제 주변에 동생들도 생겼을 법한데요?
최근에 스태프들 중 두 명의 동생이 생겨 너무 신나요. 동생들이 제 이름을 부르면서 반말을 해도 상관없거든요? 언니 소리도 좋긴 한데 왠지 이상해요. 늘 막내여서 그런지 뭔가 설레기도 하고요. 동생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툭 하고 깨질 것만 같은 유리병 같아요. 제가 어떻게 부르고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뭐라고 부르는데요?
‘저기~~, 누구누구 양~~’ 이렇게. 


‘설리 양’ 엄청 재밌네요.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요?
자기 색깔이 분명한 사람이오. 또 저를 신경 쓰이게 만드는 사람. 


스스로를 영화나 드라마에 캐스팅한다면 어떤 역할을 줄 거예요? 자기 색깔이 분명한 역할?
옛날 사람 역이오. 예를 들면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 그 시대의 화려한 옷을 마음껏 입어볼 수 있는 역할이오. 드라마로 치자면 전지현 선배님이 했던 역들이 다 제 취향이었어요. 뭔가 제가 해도 잘할 것 같은? 하하하. 


연기자를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에요. ‘이곳’이 나랑 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어요. 안 어울린다고 믿던 때도 있었거든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에이, 난 아니야. 오히려 저런 사람들이 연예인 해야지’ 그랬어요. 근데 요즘은 ‘어, 아니네? 내 자리도 있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고, 일에 대한 성취감과 책임감도 생겼어요. 


그럼 연예인이 아닐 때의 ‘최진리’ 모습은 어때요? 
되게 재밌는 사람이에요. 저는 어떨 땐 여섯 살짜리 꼬마였다가 갑자기 사춘기 소녀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60대 할머니처럼 세상 다 산 것처럼 그래요. 종일 우울함에 빠졌다가도 ‘아, 재밌는 거 하자!’ 하며 기운 차리고. 말하고 보니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암튼 제 주변 사람들은 저랑 같이 있으면 엄청 재밌다고 해요. 지금도 그렇죠?


네, 맞아요. 정말 끼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 보이는데, 연기 외에 예술의 한 장르를 배워보고 싶단 생각은 안 해요? 나중엔 사진도 직접 찍을 것만 같아요.
사실 사진도 그림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미술을 하려면 도형을 정확하게 그리고 명암이나 그림자 같은 이론도 배워야 되잖아요. 그게 싫어요. 사진도 어떤 틀이 생길 것만 같고요. 


꼭 정석대로 배우지 않더라도 자기 스타일대로 시도해 보면 되죠.
음, 그런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인생이 심심한 사람들의 모임 같은 거? 제가 모임을 되게 좋아하나 봐요.


하하하하. 
그리고 가끔 누가 더 특이한 아이디어를 내는지 시합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다들 숨기고 사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아쉬워요. 


그러게요. 너무 재밌게 떠들었더니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어요. 남은 한 해 집중해서 하고 싶은 일 있어요?
일이오. 사실 일 때문에 영어를 배우고 있어요. 아, 요즘 제일 열심히 하는 게 영어 공부예요.


해외로 진출해요?
그보다는 글로벌 브랜드의 행사장이나 파티에 갔을 때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니까요. 제 감정 표현을 잘하고 싶더라고요. 간단한 한마디라도 그때의 기분을 전하고 대화를 나누니까 즐거웠어요. 전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니까, 서로 공감이 되면 금세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있으면 친구가 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놀 때도 외국인이 있다고 하면 한달음에 달려 가요. 실전 대화를 해보려고요.


멋진 마인드네요. 가까운 계획은 어떻게 돼요?
드라마든 영화든 다 열어둔 채 시나리오를 읽고 있어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아, 내가 할 수 있었던 건데 이러저러한 상황 때문에 못했어’라는 생각인데, 저는 ‘그건 사실 내가 못하는 거였어’라고 인정을 빨리 하는 편이에요. 할 수 있는 게 들어오면 최대한 빨리 결정해서 하려고요. 늘 그렇듯, 후회 없게요.

© 그라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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